‘성모호칭기도’를 보시면 마리아의 호칭이 다양하게 존재함을 알 수 있습니다. 넓은 의미로 이 모든 것이 마리아 교리라고 할 수 있겠지만, 그 중 특히 다음 내용들을 흔히 성모 마리아 4대 교리라고 하여 중요하게 여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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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모 마리아는 하느님의 어머니이다.
그리스 말로 테오토코스(Θεοτόκος ; 하느님을 낳다)라고 하는 이 교리는 431년 에페소 공의회에서 처음 선언되었고 451년 칼케돈 공의회에서 재확인되었습니다.
전에 말씀드렸던 니케아 공의회 (325년)의 결과 중에는, 아리우스 이단의 파문이 있었습니다. 잠시 복습하자면, ‘성자는 신이 아니라 성부께 종속된 인간일 뿐’이라는 것이 아리우스 이단의 주장이었지요. 이와 비슷하게 마리아 또한, 인간 예수님의 어머니인지 신 예수님의 어머니인지 논쟁이 있었습니다.
니케아-콘스탄티노폴리스 신경에서는 예수 그리스도께서 참하느님으로서 육신을 취하시어 사람으로 되셨다고 고백합니다. 또한 아타나시오 신경에서는 성부께서 하느님이시듯 성자께서도 하느님이시고 성령께서도 하느님이시되, 세 하느님이 아닌 한 하느님으로서 세 위격을 가지신다고 고백합니다.
예수님이 태어날 때는 단지 인간이었다가 나중에 하느님이 되신 것이 아닌, 잉태될 때부터 이미 하느님이었습니다. 따라서 하느님이신 예수님을 낳은 마리아가 하느님의 어머니로 불리는 것은 아무런 문제가 없는 차원을 넘어, 지극히 당연한 것입니다.
이 호칭은, 알파요 오메가인 하느님을 낳은 어머니가 어떻게 존재할 수 있냐고 하는 시간적인 문제를 말하는 것도 아니고, 어머니라고 해서 하느님보다 더 우위에 놓고 마리아에게 신적인 위치를 부여하는 것도 아닌, 오히려 예수 그리스도께서 하느님이심을 명확히 하는 호칭입니다. 따라서 마리아가 하느님의 어머니가 아니라고 하는 것은, 예수님이 하느님이 아니라고 하는 것과 같습니다.
새해 첫 날인 1월 1일을 해당 대축일로 지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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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모 마리아는 평생 동정이다.
성경에는 예수님께서 성령으로 인하여 잉태되었다고 기록되었고, 신경에서도 그렇게 고백합니다. 그리고 553년 제2차 콘스탄티노폴리스 공의회에서는 예수님을 낳은 뒤에도 마리아는 평생 동정이었다고 선언합니다.
성경에 기록되었듯이 하느님께는 불가능이 없으므로, 성령을 통하여 동정 마리아의 몸에서 사람의 모습으로 성자 하느님을 탄생시키셨습니다.
마리아는 주님의 종으로서 자신을 하느님께 온전히 깨끗하게 봉헌하였으며, 그리하여 하느님의 어머니가 되었습니다. 따라서 마리아의 평생 동정 교리 또한 마리아에게 신적인 능력을 부여하여 숭배하는 것이 아닌 마리아의 일생을 통한 하느님의 전능과 신비를 찬양하는 것입니다.
위의 두 교리는 초기교회시대부터 이어져온 신심, 교리이지만 다음 두 교리들은 공식 교리로 확정된 것은 의외로 다소 얼마되지 않았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옛날에는 그 신심들이 없었다는 것은 아니고, 사도좌의 권위로 반포되어 보편교회의 공식 교리로 선포된 것이 앞선 두 교리에 비해 다소 늦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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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모 마리아는 흠 없는 잉태이다 (원죄 없이 잉태되었다).
예수 그리스도는 하느님이면서 동시에 사람이지만, 여느 사람과 다른 것은 죄가 없다는 것입니다. 우리 가톨릭교회 교리에 따르면, 사람은 모두 원죄가 있습니다. 마리아 또한 사람이므로 죄를 가진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죄 없는 예수님이 죄 있는 사람의 몸에서 태어난다는 것이 합당한 일인가 하는 것 또한 오랜 의문점이었습니다. 이에 교부들을 비롯해 신자들은 ‘마리아는 하느님의 선택을 받아 그 은총으로 죄에서 해방되었다’고 믿게되었고, 여러 교황들의 헌장에 이어 1545년 트렌토 공의회에서도 마리아의 원죄 없음을 선언하였으며, 1854년 12월 8일 비오 9세 교황은 회칙 ‘Ineffabilis Deus (형언할 수 없는 하느님)’에서 이를 교의로 선포합니다. 그리고 이 회칙 선포일인 12월 8일을 해당 대축일로 지내게 됩니다.
이 교리는 1858년에 루르드에서 발현하신 성모님이 “나는 Immaculata(흠/오염 없는) conceptio(잉태)이다”라고 직접 말씀하시며 확인시켜 주신 것이기도 합니다.
이 또한 마리아가 신적인 능력으로 무죄하다는 것이 아닌, 예수님을 낳을 어머니로서 죄에서 해방시키신 하느님의 은총을 찬양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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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모 마리아는 하늘로 들어올림 받았다.
‘성모 마리아 하늘로 오르시네’라는 노래 가사도 있는데, 저는 뜻을 분명히 하기 위하여 수동형으로 ‘들어올림 받았다’고 표현하고 싶습니다.
마리아의 승천(Assumpta; 받아들여지다)과 주님의 승천(Ascensio; 오르다)은 다릅니다. 주님이신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하느님이시기에 전능하시지만, 마리아는 신과 같은 전능함으로 승천한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전능함으로 들어올려진 것입니다.
(마르코 복음 16장 19절과 루카 복음 24장 35절, 사도행전 1장 9절, 11절, 22절에 등장하는 예수님의 승천 또한 그리스말 원문을 직역하면 ‘하늘로 들어 올려졌다’가 됩니다. 이 외에도, 번역문에는 능동형이지만 원문에는 수동형인 표현들이 몇몇 있는데, 이는 행위의 주체가 성부 하느님임을 의미합니다.)
마리아의 승천 교리 역시, 마리아를 마치 여신 취급하면서 숭배하는 것이 아닌, 하느님의 권능과 자비를 통한 우리의 구원을 믿는 내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성모님의 승천은 우리의 앞길을 보여주는 사건으로서, 우리들 또한 이 지상생활을 마치고 성모님처럼 하늘로 부르심을 받아 승천할 수 있다는 구원의 증표입니다
1950년 11월 1일 비오 12세 교황은 회칙 ‘Munificentissimus Deus (지극히 관대하신 하느님)’을 통하여 마리아의 승천 교의를, 교황의 무류적 교도권으로서, ‘믿을교리’로 선포하였습니다. 그리고 8월 15일을 해당 대축일로 지내게 됩니다.
위에서 보셨듯 모든 마리아 교리는 마리아를 신처럼 숭배하는 것이 아닌, 마리아를 통하여 드러난 하느님의 영광을 찬미하는 것입니다. 꼭 마리아 뿐만 아니라 성인/성녀 신심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그 성인을 숭배하는 것이 아니라 그 성인의 덕행에서 드러난 하느님의 영광을 찬미하며, 하느님을 직접 마주뵐 (즉, 지복직관) 수 있는 성인들에게 우리를 위하여 빌어달라고, 전구를 청합니다. 그리고 그 성인들 중 가장 으뜸이 성모 마리아이기에 성모 신심은 성인 공경 중 가장 높은 상경지례에 해당한다고 말합니다.
그래서 성인호칭기도를 보시면 알 수 있듯이, 삼위일체 하느님께는 자비를 베풀어달라, 죄를 용서해달라, 기도를 들어달라는 등 직접적인 구원을 청하지만, 성모 마리아를 비롯해서 천사, 성인들에게는 오직 하나의 후렴구 ‘우리를 위하여 빌어달라’는 말 밖에 없습니다. 아무리 성모 마리아라고 할지라도, 아무리 뛰어난 성인이라 할지라도 그분들은 우리의 유일신 하느님이 아니며, 우리가 그분들을 신으로서 흠숭하는 것이 아니기에, 그분들이 오직 할 수 있는 ‘대신 빌어주는 것’을 청할 뿐입니다.
이를 통해서도 가톨릭 교회에서 성모, 성인들을 우상숭배한다는 말이 잘못되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분들을 공경하며 우리 또한 그분들을 본받아 성인이 되기 위하여 노력할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