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사 중에 사제, 성가대, 회중이 노래하는 부분이 따로 있는 이유에 대해 이야기 하려 합니다. 이는 미사 전례의 변천 과정을 알면 이해하기가 쉬울 듯 합니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이전에는 모든 전례가 오직 라틴말로만 이루어졌고, 미사곡 또한 전문성가대에 의해서만 불리었습니다. 회중들은 그야말로 ‘보기만’ 했지요. 여기서 미사곡이라 하는 것은 미사통상문 중 <자비송, 대영광송, 신경 (사도신경 말고 니케아-콘스탄티노폴리스 신경), 거룩하시도다, 하느님의 어린양>을 말합니다.
예로부터 많은 작곡가들에게 미사곡은 언제나 좋은 작곡 소재였는데, 하이든과 모짜르트의 미사곡 또한 그 좋은 예라고 하겠습니다.
이렇게 미사곡이 성가대에 의해서만 불릴 때도 반드시 사제가 선창을 하는 부분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대영광송 첫 구절(Gloria in excelsis Deo ; 하늘 높은 데서는 하느님께 영광)과 신경 첫 구절 (Credo in unum Deum ; 한 분이신 하느님을 저는 믿나이다.)입니다. 다른 노래들은 성가대에서 바로 시작할 수 있었지만, 이 두 노래는 사제의 선창에 이어서 부르게 되어있었지요.
이렇게 수백 년이 흐르다 마침내 제2차 바티칸 공의회(1962-1965)가 열렸습니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결과 중 중요한 것 하나가 ‘신자들의 능동적 전례 참여’입니다. 이 일환으로 미사 경문과 전례문 및 기도문을 각 나라의 모국어로 사용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트리덴티노 미사(또는 전통 미사)라고 불리는 그 전의 미사 양식과 형식적인 면에서도 차이를 보이는데, 대표적으로 사제가 신자들을 등진 것이 아니라 마주 보고 미사를 집전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트리덴티노 미사에서는 창미사(미사곡을 노래로 부르는 미사)가 아닌 낭독미사(미사곡을 노래하지 않고 말로 읽는 미사)를 할 시에 자비송의 각 구절이 지금처럼 2회 낭송이 아니라 3회 낭송이었습니다.
사제 ; 주님, 자비를 베푸소서.
회중 ; 주님, 자비를 베푸소서.
사제 ; 주님, 자비를 베푸소서.
회중 ; 그리스도님, 자비를 베푸소서.
사제 ; 그리스도님, 자비를 베푸소서.
회중 ; 그리스도님, 자비를 베푸소서.
사제 ; 주님, 자비를 베푸소서.
회중 ; 주님, 자비를 베푸소서.
사제 ; 주님, 자비를 베푸소서.
바로 이런 구조였습니다. 그리고 주님의 기도 또한 사제 혼자 낭송하다가 마지막 구절(악에서 구하소서)만 신자들이 다 함께 낭송했습니다. 즉,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이전의 미사에서는 사제와 성가대의 역할이 절대적이었는데, 공의회 이후로는 회중의 능동적 참여가 강조되면서 회중의 역할이 커지게 됩니다. 또한 성가대도 전문적인 음악인들이 아닌 일반인들도 조직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미사곡 또한 전문 성가대가 아닌 회중 전체를 위한 쉬운 미사곡이 작곡 되기에 이릅니다. 이렇게 되니 모든 노래를 성가대에만 맡길 이유가 없어집니다. 그래서 쉬운 미사곡은 성가대와 회중이 한 소절씩 나눠서 부를 수도 있게 되는 것입니다. 최근에는 부활이나 성탄 대축일 때 어렵고 긴 미사곡이나 라틴어 미사곡을 성가대가 전담해서 부르기도 하지요.
(흔히 말하는 해설자 또는 사회자는 원래 미사 양식에 없는 것이니 따로 언급하지 않습니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이후에도 창미사에서 대영광송과 신경 첫 구절은 사제가 부른다는 것은 동일합니다. 하지만 원칙이 이렇다는 것이고, 사제가 선창할 형편이 안 되면 성가대에서 누군가가 부를 수도 있고 회중들 중 누군가가 부를 수도 있습니다. 부활 성야 미사 때 사제에 의해 노래 되는 부활찬송 (Exsultet)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사제에 의해 불리는 것이 원칙이나, 그럴 형편이 안 될 때는 평신도에 의해 불릴 수도 있습니다.